대륙 횡단

호주 인디언 퍼시픽, 두 대양을 잇는 대륙 횡단 열차

2026.06.18

호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철도가 있습니다. 정식 이름은 인디언 퍼시픽. 동쪽 시드니에서 출발해 서쪽 퍼스까지 약 4,352킬로미터를 사흘 밤낮에 걸쳐 달리는 노선입니다. 이 노선의 이름은 동쪽 끝의 태평양과 서쪽 끝의 인도양에서 따왔습니다. 한 열차로 두 대양 사이를 잇는다는 점이, 이 노선이 가진 가장 큰 의미입니다.

저는 시드니에서 출발하는 일정으로 이 노선을 처음 탔습니다. 도심을 빠져나오자마자 차창에 블루마운틴이라는 푸른빛 산악 지대가 펼쳐졌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는 한없이 평평한 사막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열차 안에서 산악, 사막, 평야, 그리고 다시 도시로 이어지는 흐름을 한 번에 보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인디언 퍼시픽의 기본

인디언 퍼시픽은 호주의 동서를 잇는 정기 관광 열차입니다. 시드니에서 출발해 브로큰 힐, 애들레이드, 쿡, 칼굴리를 거쳐 퍼스까지 한 번에 가는 노선이고, 일주일에 한 편 정도가 운행됩니다. 한 방향 운행에 약 65시간이 걸리며, 그 시간 동안 호주 대륙의 거의 모든 결의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노선의 역사

인디언 퍼시픽은 1970년 2월 23일 시드니에서 첫 운행을 시작했고, 호주 대륙을 동서로 한 번에 횡단하는 첫 정기 철도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시드니와 퍼스 사이를 철도로 이동하려면 여러 번 열차를 바꿔 타야 했는데, 호주 동서 표준궤 프로젝트가 완성되며 한 노선으로 가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편 운행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 관광 열차다운 성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름의 유래

이 열차의 이름은 노선 양 끝의 두 대양에서 가져왔습니다. 시드니가 태평양에 면해 있고, 퍼스가 인도양에 면해 있어 두 대양을 잇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 운행 당시 이름 공모를 했고, 한 사업가가 제안한 이름이 채택되었습니다.

차창에서 만나는 풍경

인디언 퍼시픽의 가장 큰 매력은 사흘 동안 차창 풍경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입니다. 시드니에서 출발해 퍼스까지 가는 흐름을 따라가 봅니다.

블루마운틴과 사파이어 코스트

시드니를 빠져나오면 곧 블루마운틴이라는 푸른빛 산악 지대가 나타납니다. 이 산악 지대는 유칼립투스 숲이 워낙 짙어 멀리서 보면 푸른 안개에 잠긴 것처럼 보인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그 뒤로 차창은 점점 평지로 바뀌어, 첫째 날 저녁쯤이면 브로큰 힐이라는 옛 광산 도시에 닿습니다.

브로큰 힐과 애들레이드

브로큰 힐은 호주의 광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입니다. 19세기 후반 은과 납이 발견되어 큰 광산이 형성된 자리이고, 지금도 그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다음 날에는 애들레이드에 도착하는데, 이 도시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바로사 밸리와 가까워 잠깐 내려 견학을 다녀오는 일정이 자주 마련됩니다.

널라보 평원의 끝없는 직선

이 노선의 가장 인상 깊은 구간이 둘째 날 밤부터 셋째 날까지 이어지는 널라보 평원입니다. 이 평원 위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직선 철도 구간이 있는데, 약 478킬로미터에 걸쳐 단 한 번의 곡선 없이 곧게 뻗어 있습니다. 차창에 보이는 풍경은 거의 변하지 않는 평원과 하늘이고, 그 단조로움이 오히려 묘한 깊이감을 만들어 냅니다. 나무가 없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이름이 유래한 평원답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풀과 흙과 하늘뿐입니다.

야생동물과 별

널라보 평원에서는 차창 가까이에서 캥거루 무리가 보이는 일이 잦습니다. 운이 좋으면 호주의 상징인 쐐기꼬리수리도 만날 수 있는데, 양 날개 폭이 2미터에 달하는 큰 새가 푸른 하늘에 또렷이 보입니다. 도시의 빛이 완전히 사라진 곳이라, 밤이 되면 차창에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밀도의 별이 떠오릅니다. 잠깐 객차의 조명을 끄고 차창을 보면 평생 기억에 남는 짧은 시간이 됩니다.

쿡, 거의 사람이 없는 마을

평원 한가운데에 쿡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인구가 거의 없는 곳으로, 인디언 퍼시픽이 정차할 때만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잠시 마을을 둘러봅니다. 옛 마을의 흔적과 작은 박물관 같은 시설이 있고, 차창에서 보던 평원을 직접 발 아래에 두고 서는 짧은 순간이 인상에 남습니다.

칼굴리의 금광 도시

널라보를 지나면 칼굴리에 닿습니다. 19세기 후반 골드러시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은 자리이고, 지금도 운영되는 금광이 있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노선에서는 이 도시에서 잠깐 내려 광산 견학을 다녀오는 일정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퍼스의 도착

마지막 구간은 에이번 밸리라는 농경 지대를 지나 퍼스로 들어갑니다. 평원에서 다시 사람이 모이는 도시로 돌아오는 흐름이라, 사흘간의 여행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인상을 줍니다.

좌석 등급과 객차

인디언 퍼시픽의 객차는 일반 열차와 사뭇 다릅니다. 사흘 동안 차 안에서 자며 가야 하기 때문에 침대칸과 식당칸이 핵심입니다.

골드 서비스와 플래티넘

두 가지 주요 등급이 있습니다. 골드 서비스는 1인 또는 2인 침대칸이 기본이고, 식사는 별도의 식당칸에서 제공됩니다. 플래티넘은 그보다 한 단계 상위 등급으로, 객실이 더 넓고 욕실이 객실 안에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식사도 더 격식 있는 코스로 제공됩니다.

식당칸의 분위기

인디언 퍼시픽의 식당칸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사흘 일정의 한 축을 이룹니다. 호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요리가 제공되고, 와인은 같은 일정 위에서 만나는 와인 산지의 와인이 함께 나옵니다. 식사 시간이 풍경 좋은 구간과 겹치면 잔을 들고 차창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식탁에 다른 일행이 함께 앉는 일도 잦은데, 호주 안팎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흐름이 노선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됩니다.

라운지칸

객차 한 칸은 라운지로 꾸며져 있어, 자리에 앉아 차나 와인을 마시며 차창을 볼 수 있습니다. 사흘 동안 객실에만 머물기에는 답답할 수 있어, 이 라운지가 일정의 숨통을 틔워 주는 자리가 됩니다. 시간대에 따라 가벼운 음악 공연이나 호스트의 노선 안내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오프 트레인 익스커션

이 노선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도중 정차역에서 잠깐 내려 다녀오는 짧은 견학 일정입니다. 운영사가 미리 준비한 코스라, 별도의 신청만 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브로큰 힐 견학

옛 광산 도시인 브로큰 힐에서는 도시 안의 갤러리와 광산 박물관, 그리고 인근 사일버턴이라는 옛 광산 마을을 도는 짧은 일정이 마련됩니다. 두세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호주 내륙 도시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 보기에 충분합니다.

애들레이드의 와인 견학

애들레이드 정차 때는 인근 와인 산지로 가는 견학이 인기 있습니다. 바로사 밸리와 맥라렌 베일이라는 두 와인 산지가 가까이에 있고, 양조장 한두 곳을 둘러보고 시음하는 일정이 포함됩니다. 사흘 일정 동안 도시의 공기를 한 번 마시고 다시 차창의 평원으로 돌아오는 흐름이라, 이 짧은 견학이 일정의 리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야간 정차의 운치

일부 정차는 한밤중에 이루어집니다. 호주 내륙의 작은 마을이 갑자기 사람들로 활기를 띠다 다시 조용해지는 짧은 순간이 인상적입니다. 마을 한쪽에서 작은 음악 공연이 열리거나, 모닥불 주위에서 와인이 제공되기도 합니다. 도시의 일정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호주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예약과 실용 정보

인디언 퍼시픽은 인기가 매우 높은 노선이라, 일정이 정해지면 일찍 예약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운영사인 저니 비욘드 레일의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한국에서도 미리 예약할 수 있습니다.

운행 시즌

인디언 퍼시픽은 일 년 내내 운행됩니다. 다만 호주의 여름인 12월과 1월은 내륙 기온이 매우 높아 일부 외부 일정이 단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교적 무난한 시즌은 호주의 가을과 봄에 해당하는 3월에서 5월, 그리고 9월에서 11월입니다. 호주의 계절은 북반구와 정반대라, 한국의 여름이 호주의 겨울이 됩니다. 한국의 한여름을 피해 시원한 호주 내륙을 즐기는 일정도 흥미로운 선택지가 됩니다.

한국에서의 출발

한국에서 호주로 가는 비행기는 시드니나 멜버른으로 들어가는 노선이 가장 많습니다. 시드니에서 출발하는 일정이라면 도착 다음 날 출발하는 흐름이 무리가 적습니다. 비행기 시차에 적응하기 위해 도착 첫날은 도시 일정으로 쉬어 가는 편이 좋고, 그 뒤에 인디언 퍼시픽에 오르는 식이 권할 만한 흐름입니다.

다른 호주 대륙 횡단 노선과의 비교

호주에는 인디언 퍼시픽 외에도 더 간이라는 노선이 있습니다. 더 간은 남부 애들레이드와 북부 다윈을 잇는 남북 종단 노선이고, 같은 운영사가 운영합니다. 두 노선을 묶으면 호주를 동서와 남북으로 모두 가로지르는 일정이 가능합니다.

다른 대륙 횡단 노선과의 비교

인디언 퍼시픽을 다른 대륙 횡단 노선과 비교해 보면 그 결이 분명해집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같은 차량 안에서 며칠을 자며 가는 노선이고, 캐나다의 로키 마운티니어는 매일 호텔에서 자고 낮에만 달리는 노선입니다. 인디언 퍼시픽은 그 중간쯤에 자리 잡은 노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의 분위기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글에 정리되어 있어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탑승 전 알아 두면 좋은 점

이 노선은 사흘 동안 차 안에서 보내는 일정이라, 짐을 잘 나누어 정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큰 캐리어는 따로 짐 보관 칸에 두고, 작은 가방 하나에 침대칸에서 쓸 물건만 따로 모아 두면 편합니다. 객실 안의 공간이 한정적이라, 매일 입을 옷을 정리해 두는 작은 정리 봉투가 도움이 됩니다.

차창 풍경이 단조로운 구간이 길어, 책이나 휴대용 게임 같은 시간을 보낼 거리를 미리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와이파이는 일부 구간에서만 작동하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번쯤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만 보며 시간을 흘려 보내는 흐름도 이 노선의 매력이라 부를 만합니다.

여행을 마치며

인디언 퍼시픽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호주라는 큰 나라의 한 단면을 사흘에 걸쳐 펼쳐 보여 주는 여행입니다. 한 번 타 보면 며칠짜리 풍경 열차가 왜 별도의 장르처럼 자리 잡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일정과 비용이 다른 노선보다 크지만, 그만큼 평생 한 번쯤은 떠올리게 되는 여행이 됩니다.

처음 가는 분이라면 시드니에서 퍼스로 가는 서행 일정을 권합니다. 도시에서 산악, 사막, 그리고 다시 도시로 이어지는 흐름이 풍경의 변화를 가장 풍부하게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반대 방향도 매력이 있는데, 마지막에 시드니의 도심과 항구를 만나는 마무리가 인상적입니다. 두 방향이 다른 익스커션 일정을 가지고 있어, 두 번 타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명품 대륙 횡단 노선이 궁금하다면 스위스 빙하특급 가이드와 함께 살펴보면 흥미로운 비교가 됩니다. 산악 노선과 대륙 횡단 노선이 만들어 내는 차창의 분위기가 얼마나 다른지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 여행을 고를 때 자신에게 맞는 노선을 더 정확히 잡을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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